리딩톤, 세계음악을 향해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해 가는 노마드. - 윤중강 . 평론가 리딩톤, 퓨전국악의 멘토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음악분야는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특징은 ‘퓨전국악’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 가히 ‘퓨전국악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경향각지에서 많은 팀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적 확장에 비해서, 질적 성장이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음 같아선 퓨전국악분야에도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이 있어서,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팀들은 활동을 자제하게 하는 정화작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더불어서 이런 분야에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범팀’들을 선정하여서, 후발주자들에게 일종의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퓨전국악의 멘토가 되는 팀을 다섯손가락안에 꼽아보았다. 거기에 ‘리딩톤’이 존재했다. 리딩톤, 전통관악기의 매력리딩톤의 음악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 퓨전국악의 팀마다 악기편성이 다르고, 저마다의 개성을 지향한다. 리딩톤의 경우는 ‘관악기’의 매력이 살아있다. 요즘 국악계에서 대세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금은 실제 전통음악에서는 관악기에 편성이 되는 악기였다. 해금은 피리와 대금사이에서 그와 비슷한 가락을 연주하면서, 두 악기를 중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리딩톤은 세 명의 연주자가 중심이 된다. 세 사람의 중심악기는 각각 피리(이승훤), 해금(변아영), 대금(이명훈)이 된다. 리딩톤의 이 세 악기 혹은 세 사람의 안정된 연주가 듣는 이와 보는 이에게 편안한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 여성 해금연주자를 중심에 두고, 각각 두명의 남성연주자가 각각 을 통해서 피리가 안정성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확한 음정과 유연한 연주가 퓨전국악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다. 리딩톤, 기획-작곡-연주의 삼박자 셋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구도는 단지 연주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리딩톤의 존재가치는, 또 다른 셋의 어울림을 통해서 든든하게 받쳐지고 있다. 곧 이동명-강학선-리딩톤의 신선한 트라이앵글이다. 이동명은 일찍이 국악계의 기획자로서 성장해왔다. 정확히 말한다면 국악에 열정을 쏟는 기획자라는 말이 더 적당한지 모른다. 사실 아직 국악은 ‘상품’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는 않았다. 따라서 국악이 ‘문화시장’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몇의 기획자들은 국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동명이다. 그는 타 장르의 기획을 계속하면서, 아울러 거기서 수입을 창출하면서, 국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 국악이 크게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나 지방 단치단체의 문화재단 등과 관련한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아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자신만의 의지를 바탕으로 해서 고군분투하면서 국악의 텃밭을 일구는 이동명과 같은 인물의 노력과 열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강학선은 떠오르고 있는 작곡자이자 편곡자. 사실 ‘떠오른다’는 표현이 그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일찍이 ‘현장’을 통해서 음악을 배우고 익힌 경우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작곡풍도도 그렇고, 더불어서 국악분야는 더욱더 그런 것이 ‘사사계보’이다.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수업을 받았다는 걸 누가 탓하겠는가? 그런데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그들의 스승이 되는 존재가 자신의 전공분야(서구클래식, 한국전통음악)에 대해서는 조예가 깊을지 몰라도, 실상 지구촌의 다양한 음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그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자칫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 과거 이른바 ‘창작국악’ 분야에서는 스승과 비슷한 경향의 작품을 쓰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많은 상태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창작성’보다는 오히려 ‘모방성’을 급급할 수 없었다는 점도 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다소 장황하게 퓨전국악과 관련된 인적 지원들의 경향을 얘기하는 이유는, 그 가운데서 강학선은 매우 독특하게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작곡을 ‘스승에게 배웠다’, ‘책으로 배웠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배경을 가지고 성장한 작곡가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적잖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풍토 속에서 성장한 작곡가들 사이에서, 강학선은 작곡을 ‘일로 배웠다’고 할 수 있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학선이 이런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분명 다음의 두가지 만은 확실한 것 같다. 첫째, 현재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편곡자와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그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둘째, 적응력이 무척 빠르다. 그가 그간 참여했던 음반을 보면, 음악적 장르가 무척 넓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다양한 장르를 접했기에, 그가 국악에 대한 접근도 빨랐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타 장르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서 국악을 더욱 세련화시킬 수 있는 그만의 방식을 깨우친 것 같다. 리딩톤, 경험이 주는 괄목할 가치 다소 비약일 수 있으나, 나는 역사상의 인물 중에서 ‘실학자’들을 좋아한다. 그들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은 ‘경험’을 중시한다는 거다. 사변적인 지식 속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직접 자신이 궁금해 하고 세상이 필요로 한 영역에 가서 직접 ‘부대끼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기획자인 이동명, 작,편곡자인 강학선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부대끼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세칭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에겐 평범한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리딩톤에 참여하는 세 명의 연주자 또한 실제 연주경험이 넓은 것으로 안다. 안정된 직장이 되는 연주단체에 소속되어서 거기에 충실한 음악생활을 하고 있는 한편, 그들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구가 있었고, 또한 그를 채우기 위해서 여러 무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많은 국악인들이 범하는 어리석음 중의 하나는 국악이나 자신의 음악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게 어리석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알리고자 하는 방법에 그 음악을 들려주는 ‘수효’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고, 그들의 ‘취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제 대중은 ‘국악’ 혹은 ‘국악기’에 대해서 특별히 선호하거나, 특별히 외면해 하지 않는다. 좋은 음악은 좋은 것이다. 보편적 다수의 취향에 대한 이해의 측면에서, 리딩톤의 기획자, 작곡자, 연주자는 이미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딩톤이 이런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내는 이와 같은 음반작업과 공연활동이, 궁극적으로 우리 국악계의 풍토를 바꾸어 주길 바란다. 리딩톤이 언제가 우리음악의 ‘변화세력의 주체’가 되어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리딩톤, ‘야니’를 벤치마킹하는 현명함 국악에서도 이제 뭔가 글로벌한 것이 나와야 한다. 젊은 국악인들이 국악 내부에서 인정을 받기보다, 외부로 시각을 돌리고 있다. 그 방법으로 월드뮤직 시장을 노크하는 것이다. 워맥스(WOMAX_)와 워매드(WOMAD)같은 월드뮤직 시장에 등장을 하고 있다. 분명 바람직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사실 월드뮤직시장 또한 세계의 무수한 음악산업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단지 이런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젊은 국악그룹들이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적인 보편성을 결합시켜가면서, 세계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한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리딩톤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리딩톤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상대적인 ‘감각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리딩톤에게서 ‘야니’를 보게 된다. 사실 이들 이전에도 야니를 염두에 두고 만든 음악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동양의 야니’란 표현은 이전에도 익숙했다. 야니의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나, 야니의 공연에 자극 받는 경우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딩톤을 야니와 특별히 연결하는 이유는, 우선 기량이 우선하다는 점과 더불어, 리딩톤의 연주가들이 서양 오케스트라를 비롯해서 다른 장르의 음악과 협연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다. 사실 외국에서 한국악기의 연주를 본 경험에 따르면, 가야금과 거문고와 같은 악기는 개성이 강하지만 음향 시스템을 비롯해서 공연장의 조건에 따라서 난관이 많은 편이다. 이에 비해서 리딩톤의 세 명의 연주자들의 악기는 이른바 ‘노마드’(유목민) 악기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어느 공간에서도 제 소리를 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요즘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에 있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리딩톤의 세 연주자들은 특히 콜라보레이션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리딩톤의 세 명의 연주자가 강학선이 만든 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오케스트라를 비롯해서 또 다른 민속음악연주자들과도 자신의 음악적인 색깔을 확연하게 지켜가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 줄 것이다. 리딩톤, 음악을 통해서 한국을 알린다는 것. 리딩톤의 음악을 듣고 나니, 그 안에 나라사랑과 민족사랑이 있었다. 사실 지나치게 의도적이었거나, 실제 음악이 받쳐주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명분들은 공허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국악기의 기본 음색과 연주에 충실하면서 만들어내는 이들의 음악에서 일정한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이 음반에 실린 음악들이 앞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리라. 민족적인 것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한 방식으로서, 리딩톤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한다. 리딩톤, 새로운 음악적 실크로드를 만들어갈 리더. 리딩톤의 음악이 21세기 한국음악의 새로운 내셔날 스탠다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또다른 음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견인차가 되었으면 좋겠다. 리딩톤의 음악이 21세기 월드뮤직의 새로운 다크호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피리, 태팽소, 대금, 소금, 생황, 해금 등의 악기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상황에서, 리딩톤의 멜로디를 타고 이 악기 고유의 음색이 세상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길 희망한다. 그 옛날 실크로드를 타고 동서양의 문물이 만났던 것처럼, 리딩톤의 음악에 이끌려서 그런 음악적인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
Leading Tone Second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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